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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정, 한국 양궁의 발상지… 이대로 사라지나

문화 2011/01/24 07:02 Posted by 뉴스(news) 뉴스천지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66714

석호정, 한국 양궁의 발상지… 이대로 사라지나 
2011년 01월 23일 (일) 16:34:03 박선혜 기자 museaoa@newscj.com
   
▲ 38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궁터 ‘석호정(石虎亭)’ ⓒ천지일보(뉴스천지)

   
▲ 나영일 교수가 규장각에서 발견한 사진으로, 일제시대 남산 자락 석호정에서 활을 쏘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이다. 뒤에 석호정 현판 글씨가 선명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시 남산 르네상스계획, 380년 역사 부정하나
예부터 대중화된 국궁 무예… 380년 역사 자랑 ‘석호정’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남산에는 우리 선조들이 심신을 단련하고 장부의 호연지기를 길렀던 ‘석호정(石虎亭)’이라는 국궁터가 있다. 3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이 최근, 서울시 남산 르네상스계획으로 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궁도는 예부터 양반 자제가 반드시 익혀야 하는 필수이자 우리민족에게 가장 대중화된 무예로 꼽힌다. 활을 쏠 수 있는 곳인 궁도장은 현재 전국에 400여 개가 남아있다.

전국에 분포된 궁도장 중에서 가장 오래된 사정(射亭)이 바로 서울시 남산에 있는 석호정이다. 원래 장충단 뒤편 산기슭에 있던 석호정 활터는 조선시대에는 어영청(御營廳)의 분영ㆍ남소영 등 나라의 중요 기관이 있던 곳이다.

당시 1만 4000여 명이 모여 과거를 치르는 시험장이기도 했으며, 조선시대 실학파의 대표적 문인이었던 박제가 등 시인들이 모여 활을 쏘고 시를 짓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석호정은 한국 양궁의 원천이자 요람이다. 이유는 석호정에서 활을 쏘던 석봉근씨가 올림픽을 내다보고 70년대 초부터 미군장교와 함께 고교생들에게 국궁을 바탕으로 양궁을 가르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서 깊은 역사를 안고 있는 석호정이 최근 서울시 남산 르네상스계획에 포함되면서 철거 문제를 둘러싸고 궁도인과 서울시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서울시는 남산 르네상스사업을 추진, 남산의 자연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장충동 체육공원과 장충 리틀야구장, 남산 테니스장과 석호정을 철거대상으로 선정했다. 또한 은평구 불광동에 새로 국궁도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 석호정 궁도인들이 모여서 활 쏘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심무섭 석호정 사두는 “석호정은 380년 역사를 간직하고 이어온 곳이다. 석호정을 없앤다는 것은 380년 역사를 버리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궁도인의 입장도 심 사두와 같다. 석호정은 일제 식민지통치 말기인 1938년 일본의 문화말살정책으로 폐쇄됐었으며, 한국전쟁에는 터만 남고 불타 없어지기도 하는 등 우리 민족의 아픔을 함께 한 곳이라는 것이다.

1970년에는 이장우 사두를 비롯한 여러 사원들이 서울시로부터 현재 석호정이 있는 남산공원 내 부지 점용 허가를 받아 무너질 위기에 처한 석호정 건물을 축조하고 2년 뒤인 1972년에 기부채납 했다.

이후 궁도인들은 어린이궁도교실을 열었고, 궁도인들의 뜻에 찬성한 서울시는 간식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왔다. 하지만 궁도교실은 2008년 서울시와의 마찰로 중단된 상태다.

철거위기, 보존 중요성 각인… 공존 해결책 제시가 급선무

사실 서울시가 태도를 바꾼 것에는 이유가 있다. 석호정이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석호정에 대한 사료와 고증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궁도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스포츠다. 145m나 되는 장거리를 향해 온몸의 힘이 균형을 잡고 활의 시위를 당기게 되는 건강 만점 운동이다. 또한 정신수양에도 도움을 준다. 궁도를 통해 심(心) 기(氣) 기(技) 궁시(弓矢) 체(體)가 혼연일체가 돼 욕심을 버린 무심(無心)의 경지에서 활을 쏘니 정신일도(精神一到)가 되는 것이다.

   
▲ 정리된 활과 화살. ⓒ천지일보(뉴스천지)
공자는 유학의 최고 이념인 인(仁)을 활 쏘는 것과 비유할 만큼, 활쏘기는 군자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라고 여겼다. 공자가 활에 대해 호언장담한 것은 활 시위를 당기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장부의 기질을 갖춰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석호정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정신수양의 장소가 되어준 곳이다. 면밀히 말해 민족의 우수한 정기를 이어온 곳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 남산 르네상스계획과 석호정 이동 사안에서 자연도 보존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해결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석호정의 보존을 위한 기고와 칼럼을 연재한 나영일 서울대 교수는 20일 대책 방안 공청회를 통해 석호정을 남산성곽과 연결하는 관광벨트로 만들자는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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